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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2010. 11. 3. 01:16




해부학 공부를 하다보면 각 신체부위의 이름을 외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특히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버린 경우엔,
해당 장기나 조직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와는 아무 상관없으므로,
답안지를 메꾸기가 난감했다.
이자에서 인슐린, 글루카곤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조직의 이름이 발견자의 이름을 딴,
'랑게르한스섬'
이딴식이다.

두번째로 난감한 건 대충 숫자로 때려넣는 이름이다.
세포의 이상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이름은 'tp53 gene' 이다.
52라 적으면 틀린다..

그때부터 난,
'내가 만약 무슨 특정 신체조직이나 법칙을 발견하면 절대 내 이름을 붙이거나 대충 숫자로 처바르지 않겠다.' 고 다짐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노자가 말한대로 어차피 인간이 하는 일은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게 전부다.
서로 간에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오해를 없애려면 반드시 이름이 필요한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므로,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학자들은 명명시 위치나 기능을 통해 이름을 좀 떠올릴 수 있게 이름을 붙였으면 한다.

어려운 용어를 억지로 쥐어짜내어 그들만의 리그에서 의사소통하는 건,
자기 밥그릇에 자신이 없는 소인배들 뿐이다.

수틀리면 동성애 유발 유전자를 발견해내서,
'부에노스아이레스해피투게더브로크백마운틴뉴욕뉴욕쌍화점헤드윅앤더앵그리인치 유전자'라고 이름을 붙여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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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ood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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