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만 그것이 진리다.
내가 그것에 속박되어 있는 한.
내 머릿속을 제외한 그 어디에도 푸르른 하늘은 없다.
해가 가고, 계절이 바뀐다 해도,
난 그대로다.
뭔가 일이 벌어진다 해도 좋고,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욱 좋다.
언젠가 아이였던 어른과,
언젠가는 어른이 될 아이들이 섞인 이곳에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없는 곳에서 쓰러진 나무는,
내 알 바 아니지만,
나무에게도 나는 아무 의미가 없다.
굳이 의미를 늘일 필요도 없고,
알고 있는 의미를 애써 잊으려 할 필요도 없다.
이 순간 들이쉬는 숨도,
우주의 시작부터 그러할 예정이었으므로.
바다의 일부분인 물방울이,
뭔 의미를 알겠는가.
바다가 아닌 척 하여도,
파도에 이는 그 물거품은 찰나다.
그리고 그 찰나는 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