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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2009. 11. 10. 00:18



시스템에 갇혀 있기 싫다면,
시스템에 한 방 먹일 거사를 치르거나,
시스템은 없는 셈 치고 살면 된다.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적의 공격으로 138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라고 뜨면,
나도 아파해야 하는 것 처럼.

감정이입을 많이 할 수록 게임은 재미있다.
하지만 공포영화가 짜증나면,
영사기를 꺼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주의해야 할 것은,
스크린을 찢는다하여 영상과 음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더 일그러질 뿐.

근원을 찾아야 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투영되는 반사체를 없앤다 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나로 하여금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어딘가로 가게 만드는,
그 근원을 찾아야 한다.
공포스런 화면과 소리는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을 전달하는 매질은 무엇인가.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극장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덧 다시금 극장 의자에 앉아서,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에 내 감정을 상납하고야 만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것 같은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왼쪽을 치면 오른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을 치면 왼쪽으로 기운다.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먼지로 되어버리는 것.
허무한 병신.

추의 중심축은 나의 중심이다.
하지만 추가 흔들리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인가.
추는 정말 흔들리고 있는가.
멈추는 것은 죽음인가.
죽음은 옳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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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ood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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